1호선은 지옥이다.
나는 1호선 노인네들과 같이 있기가 정말 싫다.
그들은 어르신이 아니다. 노인네다.
아니, 노인 분들 가지고 왜이리 호들갑이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1호선 통학 왕복 4시간을 겪기 전까지는 말이다.
솔직히 노인 분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비교적 사람이 적어야 할 낮이나 오후에 1호선을 타도, 노인들 투성이다.
수많은 노인들 사이에서 눈뜨고 앉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따가운 노인들의 시선을 견뎌내는 것은 보통 사람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외대앞역부터 시작해서 백운역까지.
편도 2시간을 가야하는 내 입장에서는, 난 무조건 앉아가야 한다.
절대, 절대로 앉아가야만 한다.
기존의 도덕적 관념들을 잠시 내려두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1호선을 타야한다.
지하철을 왕복 4시간 탄다고 하면, 친구들이 물어보곤 한다.
너는 지하철에서 뭐해? 핸드폰? 아니면 책이라도 읽어?
핸드폰, 책, 모두 킬링 타임용으로 좋지만, 이 방법들은 하수다.
나는 잔다.
나는 지하철과 한 몸이 되어버린 나머지, 백운역에 도착하기 전에 알아서 깨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잘 때 허리를 앞으로 푹 숙이고, 가방에 고개를 박고 자버린다.
아무리 1호선 노인네들이 자비가 없다해도 냅다 퍼질러 자는 청년을 일부러 깨우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잠에 들 수 있을까?
불면증을 대부분 달고 사는 이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빠르게 꿈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노래를 듣는 것이다.
내가 추천하는 앨범은 Keane의 Hopes And Fears이다.
24년 5월 10일에 리마스터로 Hopes And Fears 20이 나왔으니 그것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 앨범이 수면제라서 들으라는 거 아니냐?
절대 아니다. 이 앨범에는 2000년대의 향수와 감동이 있다.
앨범을 들으면 알겠지만, 요즘 노래들에선 잘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내가 특히 추천하는 곡은 5번 트랙 Your Eyes Open과 8번 트랙 Sunshine.
이 앨범을 다 들으면 2시간 38분 정도 된다.
통학 편도 2시간을 넘는 친구들은 많이 없기에, 이 앨범을 틀고 즐기다보면 어느새 집 앞까지.
저는 통학 편도로 3시간은 걸리는데요?
그정도면 그냥 지하철에 돗자리 펴고 자자.